적그리스도가 무섭지않다면 무슨 의미가? '데미안'

데미안 (Damien, 2016 시즌1로 종영)

A&E 채널은 제겐 조금 생소한 방송사입니다. 도대체 방송사가 몇군데나 될까요? 채널 선택의 폭이 넓어서 미국인들은 좋겠네요. 여튼 A&E는 영화 오멘의 주인공 소년이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 데미안을 제작 방영했다가 시즌2 리뉴없이 그대로 가차없이 종영을 결정했습니다. 시청률 때문이겠죠. 사실 미드 데미안은 종영을 결정한 제작사만을 마냥 탓하기는 어려운 미드입니다. 애시당초 기대하고 본 미드는 아니어서 크게 실망할 일은 없었지만 원작에서, 제목에서,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힘에 비하면 참으로 약한 미드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기억 안납니다. 어렸을 때 아주 무섭게 봤다는 기억 밖에 없어요. 미드를 보기 전 복습을 할까 하다가 관뒀어요. 76년도 영화를 다시 봐야 제대로 즐기긴 어렵겠단 생각 때문이었죠. 영화 오멘의 내용을 기억하고 미드를 본다면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을지 어떨지 궁금하네요. 지금 생각으론 별로 그럴것 같진 않아요. 어차피 이어지는 내용도 아니니까요.

어렸을 적 영화를 무섭게 봤던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 소년의 눈빛이 소름끼쳤기 때문이었죠. 소년은 자기가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을 확실히 표현할 줄 알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 결과 소년에게 위협이 되는 사람들은 설명할 수 없는 죽음을 맞게 되죠. 하지만 미드 데미안의 주인공은 자신을 둘러싼 죽음들로 인해 괴로워하고 방황합니다. 여기서 공포가 한풀 꺾이죠.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이 되어야할 적그리스도가 나약하기 그지 없습니다. 어렸을땐 아주 잔인하던 꼬맹이 녀석이 왜 이렇게 변한거죠? 성인이 될때까지의 공백을 설명하기 위해서 자신을 자각하지 못한다고 설정한 것 같은데 시즌이 다 끝나갈 때까지도 주인공은 적그리스도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합니다. 미드 데미안의 가장 큰 문제는 매력없는 주인공입니다.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각본의 문제에요. 

주변인물들도 딱히 와닿는 인물이 없어요. 주인공의 존재를 알고 그를 비호하는 한 조직의 간부급 쯤 되는 여자가 가장 큰 상대역인데 이 캐릭터도 별로에요. 주인공을 무서워할거면 완전 무서워하던가 안 무서워할거면 끝까지 안 무서워해야죠. 어떨땐 주인공을 무서워하며 그의 손에 목숨도 맡기려하더니 또 어떤때는 그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자기가 대장인듯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뭡니까 이게.

나머지 다른 캐릭터들은 언급할 건덕지도 없습니다. 다들 왜 안 죽고 자꾸 나오나 싶은 수준이에요. 딱 한명, 하반신이 마비된 상이군인이 잠깐 나오는데 연기가 좋았어요. 말 나온김에 계속 얘기하는데, 도대체 그 상이군인 에피소드는 왜 필요했는지 의문이에요. 주인공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 그 상이군인을 도와준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자기 주변인물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아 극이 흐려졌다고 생각해요. 

미드 데미안에서 제 역할하는 캐릭터를 굳이 꼽자면 개들 뿐입니다. 

공포의 연출도 약합니다. 무섭지가 않아요. 설명할 수 없는 죽음 장면이 간혹 영화 데스티네이션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임펙트도 약하고 공포스럽지도 않아요. 

스토리도 굉장히 더디게 진행됩니다. 아니, 사실 스토리라고 부를만한게 없어요. 주인공은 환상도 봤다가 자기가 본 것의 실체를 파헤치려고도 했다가 자기에게 접근하는 조직을 파헤치려고도 했다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회피하려고도 했다가 어영부영하다가 결국 한 게 아무것도 없으며 주변 친구 캐릭터들도 주인공을 도우려고 하나 실제로 도움이 되지는 않으며 악당 역할인 조직 또한 주인공에 대한 명확한 입장없이 그냥 악역처럼 으스대기만 합니다. 주인공을 둘러싼 죽음에 의문을 품은 경찰이 나오는데 죽음에 대한 수사는 절대 안하고 주인공에 대한 악감정만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또 교황청에서 파견된 퇴마 전담 수녀가 등장하나 주인공한테는 안 가고 주인공 친구한테 가서 어영부영 시간보내더니 결국엔 그냥 광신도 역할로 전락합니다. 내용이 있는 척 하는데 결국 내용이 없어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워낙 신과 악마 얘기를 좋아하는지라 시즌2를 한번 기대해볼까 싶었는데 캔슬입니다.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모르죠. 시즌 말미에 달라진 데미안의 모습을 예고하는 듯 하나 결국엔 똑같을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