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최고의 걸작 공포물 '더 위치'
더 위치 (The Witch, 2015)
뭐 볼 거 없나 싶어서 이리 저리 찾다가 큰 기대없이 관람을 시작한 더 위치는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맘에 드는 공포물이에요. 장르가 공포 쪽이라 그렇게 표현한 거지 그다지 무섭진 않았어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고 결말이 궁금했으며 흔한 마녀 민담을 소름끼치게 묘사하는 것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더 위치는 제목에서처럼 마녀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아기의 간을 빼먹는 그 마녀요. 중세시대 종교재판에서 불태워지기도 했던 그 마녀요. 마녀를 소재로 한 공포물은 블레어 윗치 이후에 또 있나 모르겠네요. 슈렉 같은 애니메이션에서 코믹하게 그려지는 동화나라 마녀나 요즘의 액션오락물 등에서 그려지는 마녀는 제외하고요. 그만큼 고전민담 속의 마녀란 존재는 잊혀져 가는 중이었어요. 영화 더 위치는 오랫동안 전해지던 그 마녀 이야기를 훌륭하게 스크린으로 담아냅니다.
17세기 미국으로 갓 건너온 영국 청교도 가족들이 숲 근처에 새 둥지를 틀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신에 대한 믿음으로 무장한 가족들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믿음이 흔들리게 되죠. 각종 소개글들을 찾아보면 하나같이 이 영화가 세일럼 마녀재판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꼭 그렇진 않아요. 내가 마녀가 아니라 쟤가 마녀다 하고 서로를 지목하는 장면에서 그 사건이 연상될 뿐이죠. 집단 광기와 무지가 세일럼의 주민들로 하여금 학살을 자행하게 만들었다면 이 영화에서 가족을 파멸로 몰고 가는 것은 얄팍했던 믿음입니다. 아, 그러고 보면 공통점이 제법 있네요. 흠.
마녀는 사실 몇 장면 나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잠깐씩 등장할 때마다 엄청난 존재감을 보이죠. 더 위처는 최근 관람한 공포물 가운데 단연 압권입니다. 스산한 연출도 좋고요. 결말이 조금 실망스럽긴 하지만 뛰어난 영화에요. 여주인공이 특히나 매력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