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이 주인공이라니 '덱스터'
덱스터 (Dexter, 2013 시즌8로 종영)
Showtime의 미드 덱스터는 굳이 누군가의 추천이 아니더라도 미드 좀 본다는 사람에겐 잘 알려진 미드입니다. 8개의 시즌으로 종영한지 오래된 드라마죠. 오래된 미드를 새 블로그의 첫 미드 리뷰작으로 택한 이유는 그저 최근에 두번째 정주행을 끝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정주행에는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6시즌 정도만 보다가 몇달을 묵혀놨었거든요. 두번째 정주행이어서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지만 사실 덱스터는 후반 시즌으로 갈수록 재미가 떨어집니다. 흔히 하는 말로 막장으로 치닫는달까요.
소재는 무척 좋아요. 죽어 마땅한 살인범, 강간범 등을 희생자로 삼는 연쇄살인자의 이야기. 당시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미국의 문화가 가진 자유로움을 부러워하기도 했었죠.
연쇄살인자의 이야기긴 하지만 생각보다 잔인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물론 많은 피가 넘쳐나고 끔찍한 살인을 묘사하긴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보는 드라마인만큼 속이 메스꺼울 만큼의 묘사는 없습니다.
주인공 덱스터가 그의 희생자들을 처리하는 방법도 무척 간단해요. 가슴팍에 칼을 꽂는 것이 전부입니다. 물론 이후에 토막내서 유기하긴 하지만요. 그렇게 잔인한 묘사는 없습니다.
덱스터의 초반 시즌은 엄청난 몰입감을 발휘합니다. 연쇄살인자이면서 그 스스로 마이애미 경찰청 감식반으로 활동하는 주인공 덱스터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과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죠. 싸이코패스인 주인공이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며 생기는 소소한 웃음. 덱스터가 동료 형사들과 관계를 유지하는데 있어 오는 적절한 긴장감. 그리고 덱스터가 죽여야만하는 다른 살인범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는 엄청납니다. 쉴틈도 없이 다음 화를 바로 재생하게 만들죠. 네. 덱스터는 추천하는 미드입니다. 드라마로서 더할 나위 없어요. 주인공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고 매번 다음 화가 궁금해지게 만들며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역할에 마이클 C 홀을 캐스팅한 것은 탁월했습니다. 선함과 악함이 얼굴 표정만으로 쉽게쉽게 연기하는 배우에요. 전체적인 연기력도 좋습니다. 다만 덱스터가 종영한 이후 이렇다할 작품이 없는 것은 아쉽네요.
사실 이 화제의 미드를 통해 슈퍼스타로 떠오른 인물은 주인공인 마이클 C 홀이 아니라 상대역으로 나온 줄리 벤츠입니다. 주인공과는 달리 천사같은 여인이죠. 말그대로 천사처럼 착하고 순수한 캐릭터입니다. 전남편의 학대를 이겨내고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며 덱스터와 교제하는 역할로 나오죠. 이 캐릭터를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 캐릭터가 사라졌을 때는 개인적으로 분노를 금치 못했어요. 당시 팬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죠. 시즌이 진행될수록 덱스터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제작진의 욕심이 있었겠죠. 이해합니다. 덱스터의 싱글파더로서의 입장도 그리고 싶었겠죠. 연쇄살인범이 혼자 애키우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죠.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실수였다고 봅니다. 줄리 벤츠의 캐릭터가 사라진 이후부터 덱스터는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했거든요.
위에서 언급하길 시즌이 흐를수록 막장으로 치닫는다고 했는데요. 네, 사실입니다. 어떻게 막장으로 치닫는지는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그 자체로 엄청난 스포거든요. 이미 줄리 벤츠의 캐릭터가 없어진다고 말함으로써 큰 스포일러를 범하긴 했지만 미드 덱스터를 평가하는데 있어 하지 않을 수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막장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는 스토리긴 해요. 주인공이 어찌됬건 살인자니까요.
미드에 평점을 주기가 무척 어렵네요. 4,50분 가량의 한 에피소드는 특성상 완성도를 가지기 어려우며 한 개의 시즌 역시 다음 시즌과 연계되기 때문에 한 편의 영화처럼 평가하기가 어려워요. 어떤 영화가 마지막에 속편 떡밥을 대놓고 뿌리며 미완성으로 끝나면 그건 감점 요소가 되겠지만 드라마가 다음 화를 궁금하게 만들며 끝나는건 당연한 거거든요. 게다가 여러개의 시즌을 가진 드라마가 꾸준히 재밌는 경우도 잘 없어요.
덱스터는 초반 시즌부터 상당한 흡입력을 발휘하지만 후반 시즌 들어 다소 재미가 덜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미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