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셔가 보는 영화

간만에 제법 짜릿한 공포 '오큘러스'

메탈체셔 2016. 7. 6. 19:22


오큘러스 (Oculus, 2013)


지난번 <더 위치>에 이어 수작 공포물을 또 한편 보게 됐네요. 오큘러스입니다. 공포물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라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어떤 유투버가 추천하기에 감상하게 됐죠.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었어요. 국내에는 다른 포스터로 개봉한 모양인데 가장 잘 어울리는 포스터는 이겁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실 거에요.


미스테리한 거울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흔한 공포물이 취할 수 있는 기본 소재를 갖고 시작하는거죠. 소름돋게 생긴 인형이나 외딴 오두막 같은 것 처럼요. 하지만 전개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주인공들은 이미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이며 이 거울이 보통 거울이 아니란 것을 알고 시작하는 것이죠. 아주 좋습니다. 거울 속에 비치는 무서운 여자! 갑자기 발생하는 이상한 현상들! 뻔한 공포영화 장치들!!!!! 은 다 건너뛰고 시작합니다. 초반부가 지루할 일은 없어졌죠, 그죠? 중반부 후반부의 연출방식도 새롭습니다. 주인공들의 과거와 현재를 섞어 보여주는 것이죠. 툭툭 짤라 필요에 따라 배열하여 보여주는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함께 넣고 믹서기에 갈아 내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방식은 더 심화되죠. 영화 속 인물들이 그런 것처럼, 보는 관객도 '지금 내가 뭘보고 있는건지' 하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대부분의 공포물들은 초중반의 미스테리함을 후반부에 풀어 설명하려 듭니다. 보통 김이 팍 새는 구간이죠. 에이 뭐야 그런거였어? 아아. 초반에 그 인물이 그래서 그런 행동을 했군! 의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 흔한 패턴입니다. 또한, 알 수 없는 공포에 맞서는 장치로 사용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사랑'입니다. 보통은 가족의 사랑이죠. 신에 대한 믿음은 강력한 무기로 사용되긴 하나 시대가 흐르면서 약빨이 많이 떨어졌고요.

오큘러스는 설명하려 들지 않습니다. 보고 뭔가를 느끼는 것은 관객의 몫으로 둡니다.


개인적으로 제임스 완의 공포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쏘우1편 빼고요. 2편도 좋았는데 그건 다른 감독입니다. 제임스 완의 공포물이 득세하는 가운데 이런 뛰어난 공포물이 하나씩 나온다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다음에 볼 공포영화는 바바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