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셔가 보는 영화

간사하고 허접한 모큐멘터리 '동굴'

메탈체셔 2016. 7. 12. 04:15

동굴 (La Cueva, 2014)

어쩌다보니 하드에 남아있던 스페인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제목이 동굴입니다. 동굴 탐험이죠. 뭔가 무시무시한 일이 생길 것 같죠? 페이크 타큐, 즉 모큐멘터리는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려할 때 탁월한 방식이군요. 이 영화를 제법 긴장감있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 모큐멘터리 방식 덕분이었거든요.

다섯명의 남녀가 여행중 발견한 동굴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길을 잃고 갇히는 내용입니다. 어찌나 깊고 또 얼기설기 미로처럼 꼬여있던지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메게 되죠. 물도 없고 식량도 없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들은 한명의 희생을 택합니다. 식인요. 끔찍하죠? 등장인물 중 하나가 누구도 우릴 욕할 수 없을거라며 선택을 옹호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런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누가 판가름할 수 있겠어요?

영화는 조금 간사하게 흐릅니다. 간편하다고 해야할지.. 식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과정이 무척 간단해요. 물론 그전까지 이들의 상황을 그다지 고통스럽게 묘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이들은 한명의 희생을 투표에 붙이는데 간편하게도 가장 약해진 한명이 당첨됩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쉽게 살인이 저질러집니다. 저지르는 입장에서도 길고 고통스러워야할 살인이 쉽게 자행되고 식인도 쉽게 자행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식인을 주도한 인물은 악으로 묘사되고 식인을 거부한 한 인물은 피해자의 입장이 됩니다. 이제껏 존재감없는 인물이 들고 돌아다니던 카메라를 식인을 거부한 인물이 들고 무리에서 도망치게 되는 것이죠. 나머지 인물들은 들러리입니다. 결국 영화는 결말을 통해 식인을 택하지 않은 인물이 옳았다고 강요합니다. 이 얼마나 가증스런 방식입니까?

공포 묘사도 약합니다. 별다른 일도 안생기고요. 그래서 모큐멘터리 방식을 택한 걸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정작 내용은 정의는 승리하고 악은 무너진다는 아동 만화 수준입니다. 차라리 다른 동굴 영화 케이브를 보는 것이 낫습니다. 진정한 걸작공포물을 맛보고 싶다면 디센트가 딱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