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친구가 하는 걸 보기만 해도 재밌는 FPS '하드코어 헨리'
하드코어 헨리 (Hardcore Henry, 2015)
하드코어 헨리는 예고편을 처음 봤을때 드디어 나올 영화가 나온다고 생각했었습니다. 1인칭 시점은 FPS나 RPG같은 게임 장르에서 이미 대중화된 방식이거든요. 영화로도 분명 누군가가 시도할 때가 된 것이죠. 그렇지 않아도 요즘 VR이니 뭐니 하는 것이 시도되고 있는 만큼 딱 나올만한 시기에 하드코어 헨리란 영화가 나오게 됐습니다. 하지만 예고편을 처음 봤던 그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딱 예상했던 것이 '이 영화는 친구가 FPS 게임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때의 느낌만을 주겠구나' 였죠.
친구가 게임을 하는 것을 옆에서 보는 일은 답답한 일입니다. 비디오게임은 플레이하는 한 사람을 위한 것이거든요. 둠을 생각해보세요. 일직선 형식에 눈앞에 나타난 적을 총으로 쏘고 지나가면 됩니다. 적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긴장감과 적을 쏠 때의 손맛은 플레이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같은 경우엔 좀 다르겠죠. 모던워페어는 스토리와 연출이 있습니다. 친구가 하는 걸 옆에서 보기만 하더라도 제법 쫄깃할 거에요. 직접 플레이하는 만큼은 아니겠지만요. 모던워페어2의 충격적인 공항씬 같은 경우는 플레이하는 이든 보는 이든, 복잡한 심경을 느끼며 침묵하게 될테고요. 하드코어 헨리는 둠보단 모던워페어 쪽에 가깝습니다.
쉴새없이 사건이 벌어지고 주인공은 쉴새없이 움직입니다. 주인공에게 편한 상황은 결코 주어지지 않습니다. 편한 상황을 가져봤자 대사 없는 주인공에 관객이 공감하는 일은 어려우니 쉴새없이 움직이는 것이 사실 맞죠. 하드코어 헨리는 쉴새없이 뛰어다니고 쉴새없이 적들과 싸우며 본인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움직입니다. 잘짜여진 스크립트 덕분에 자꾸 이어지는 액션씬이 지루하지 않으며 다양한 특수효과 덕분에 눈으로만 보는 전투임에도 찰진 타격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짜릿해요. 단, 1인칭이기 때문에 일부 액션들이 정신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있긴해요.
스토리도 괜찮았어요. 딱 액션영화, 액션게임에 어울릴만한 정도의 적당한 스토리였습니다. 나름 반전도 있고요. 샬토 코플리의 1인 다역 연기가 제법 볼만합니다. 생각지 못한 유머도 있고요. 최근에 본 액션오락물 중에선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초반 이 영화의 1인칭 방식에 어느 정도 적응된 순간부터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네요.
★★★★☆
다른 분들의 평을 보면 멀미를 조심하라는 말이 빠지질 않는데 저같은 경우는 전혀 어지럼증이 없었어요. FPS 게임에 적응되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