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셔가 보는 영화

이젠 지겨운 것 같으면서도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제이슨 본'

메탈체셔 2016. 8. 2. 13:27


제이슨 본 (Jason Bourne, 2016)


일부 예외적인 작품들을 제외하곤 일반적으로 후속편이 전작을 뛰어넘기란 힘든 일입니다. 기획 단계부터가 전작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한 의도로 시작하며, 이미 완성된 이야기에 뒷이야기를 추가적으로 더 이어 붙인 각본은 기본적으로 좋은 완성도를 가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영화 제이슨 본을 관람하면서 정말 짜릿하고 즐거웠지만 전작들만큼은 아니었어요. 

일단 가장 실망한 건 본 시리즈 특유의 격투씬이 없어졌다는 것. 뭔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놀랍고 섬세했던 격투액션 연출이 사라지고 다소 규모로 승부하는 액션이었다랄까요. 맷 데이먼의 나이도 무시할 순 없었겠죠. 

스토리도 조금은 실망스러웠어요. 이제 비밀이 다 밝혀졌다고 생각했는데 후속작을 위해 또 비밀을 만들었네요. 이번엔 아버지의 존재를 내세웁니다. 그리고 단순히 아버지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난리 피우는건 조금 그러니까 새로운 비밀공작 프로젝트 아이언핸드도 가동시키죠. 문제는 이야기를 같이 꺼내놓긴 하지만 결국 연결되지는 않는 이야기라는 거에요. 제이슨 본은 아버지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싸웁니다. 결코 CIA의 비밀공작 프로젝트를 막기 위함이 아니에요. CIA는 계획되어 있던 비밀공작 프로젝트도 가동시키는 한편 난데없이 돌아오게 된 제이슨 본을 잡으려다 프로젝트고 뭐고 초가삼간 다 태웁니다. 제이슨 본은 애초부터 그 프로젝트에 별 관심도 없는데 말이죠. 


억지로 스토리를 이어붙여 만들려다보니 초반에 본을 끌어들이는 역할의 니키 파슨스도, CIA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 승진에 대한 야망을 드러내는 역할의 헤더 리 두 캐릭터는 이해할 수 없는 모호한 캐릭터가 되버립니다.

니키 파슨스는 왜 잘 숨어살고 있는 제이슨 본을 끌어들인 거죠? 아버지가 개입된 증거를 본 앞에 들이미는 건 다소 가혹한 처사 아닌가요? 아무리 진실이라 하지만 제이슨 본은 충분히 이용당하고 망가졌는데 말이에요. 

헤더 리는 상관에게 대들기도 하는 등 승진에 대한 야망을 숨기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근데 위험천만하게도 제이슨 본에게 협조합니다. 세대 차 나는 늙은 상관을 없애기 위해서 였다고요? 너무 멍청한 행동 아닌가요?


스토리 상의 헛점, 캐릭터의 헛점, 다소 힘 빠진 제이슨 본 등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전작들에 크게 누가 되진 않는 속편이긴 해요. 폴 그린그래스의 연출엔 여전히 힘이 있고 빠듯한 속도감이 있어요. 뛰어난 액션스릴러물입니다. 하지만 속편의 한계를 넘진 못했어요. 본 삼부작의 외전 격으론 어울리지 싶어요. 본 시리즈 특유의 색깔이.... 바랫다기보다는 약간 달라진 느낌입니다.



★★★★


거의 10년 뒤에 나온 후속편인데 이 정도의 건재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분명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