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하나로 영화 한편 만들기 '어카운턴트'
어카운턴트 (The Accountant, 2016)
무슨 영화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극장에 영화 보러 갔다가 벤 애플렉의 신작 포스터가 걸려있는 것을 보고 저는 기대 반, 실망 반 두 가지의 감정을 느꼈었습니다. 기대는 당연히 벤 애플렉 때문입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의 그의 모습을 보고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명이 되었거든요. 함께 느낀 실망도 벤 애플렉 때문이었습니다. 새 배트맨 영화의 각본에 매진해야할 시간에 왠 듣도보도 못한 영화를 그새 찍었답니까? 벤 애플렉은 모든 일을 중단하고 배트맨 각본 구상에 매진해야합니다. 그의 어깨가 무거워요. DC가 모든 것을 망쳐놓은 지금 유일한 희망은 오직 그 뿐입니다. 원더우먼도 사실 좀 불안한 마당에 말이에요.
어카운턴트 얘기나 해보죠. 액션스릴러물입니다. 근데 액션도 약하고 스릴러도 약해요. 뭐랄까. 대작 드라마 시리즈의 파일럿 에피소드를 감상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최근에 개봉한 잭 리처의 1편을 봤을 때의 느낌과도 비슷하네요. 잭 리처도 그랬지만 영화는 캐릭터에 많이 기대고 있습니다. 이 캐릭터 진짜 매력적이지 않냐? 봐봐, 이 친구가 왜 이렇게 됐냐면 말야. 하면서 감독이 신나서 설명해주는데 정작 주인공 캐릭터의 영화 속 활약은 그렇게 놀랍지 않아요.
이야기가 그저 그렇습니다. 대부분 주인공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에요. 잔뜩 준비된 회상 씬을 투척하면서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죠. 공을 들인 만큼 캐릭터 자체는 상당히 뛰어나요. 개성이 있고 속편을 기대할 만해요. 속편에서 더 멋진 얘기들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 영화에선 말고요.
주인공이 꼭 벤 애플렉이었어야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안나 켄드릭도, 존 번탈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던 존 리스고우도 그렇습니다. 좋은 배우들의 낭비가 심해요. J. K. 시몬스는 좋았어요. 제임스 고든 경감님의 활약이 기대되는 부분이죠.
★★★☆
배트맨 얘기로 자꾸 넘어가는데 그냥 또 합니다. 제발 배트맨 잘 만들어주세요. 벤 감독님.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