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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Veteran, 2015)

작년에 나와서 흥행했던 베테랑을 이제서야 보게됐습니다. 한국영화를 잘 안봐요. 최근에 극장에서 본 한국영화는 대호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대호.. 나름 좋았죠. 일본군들 찢어죽이는 호랑이를 보는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말 못하는 호랑이의 상대역인 최민식도 말을 못한다는 설정이어서 대사가 아예 없었으면 어땠을까요? 흠.. 베테랑 얘기나 하죠. 개인적으로 과장된 연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베테랑은 그런 과장된 연기로 가득 차 있는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잘못은 아니에요. 그냥 이 영화가 추구하는 바가 그래요. 짜릿하고 신나는 오락영화거든요. 악당의 사악무도한 짓에 분개하게 하면서도 웃음을 줘야하니 주인공인 경찰들을 코믹하게 그리는 거죠. 이런 거 개인적으로 정말 안 좋아해요. 코미디를 넣고 싶으면 재치있는 유머나 대사를 넣어야지 슬랩스틱 코미디나 과장된 언사, 욕으로 채우는거 이제는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

황정민은 달콤한 인생에서 백사장 연기가 일품이었어요. 근데 그 외의 작품들을 보면 연기가 다 똑같아요. 베테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윤주가 연기도 하는 지 몰랐는데 이 영화에서 역할이 제법 있는 걸 보고 놀랐어요. 나름 괜찮았어요. 유아인은 이 영화에서 제일 괜찮았어요. 같은 악역인 유해진 캐릭터가 조금 불분명한 상태에서 유아인이 혼자서도 관객의 분노를 한몸에 받게끔 연기를 잘 해냈죠.

사실 영화 얘기는 별로 할게 없네요. 그냥저냥 볼만했어요. 그래도 최소 공공의 적 만큼은 해주길 바랬는데 무리였더라고요. 베테랑은 공공의 적 리메이크 판 같습니다.

주인공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사건을 혼자서 신경쓰면서 어려움에 부딪히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절대로 모범경찰이 아닙니다. 모범경찰은 범인도 모범적으로 잡기 때문에 통쾌함이 약해지면 안되니까 절대로 모범경찰은 아닙니다. 주인공 혼자 개고생하는 것 같지만 동료들이 힘이 되어줍니다. 물론, 직업적인, 전문적인 동료 사이보다는 형 동생이 강조되죠. 이와중에도 악당은 상식 선에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계속 하며 관객의 노여움을 부추깁니다. 왜 그런 개쓰레기 짓을 하는지 절대로 그의 입장을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관객이 악당에 공감이라도 했다간 마지막에 통쾌함이 약해지니 때문에 안됩니다. 주인공이 하나둘 단서를 쫓으면서 악당도 구멍을 드러냅니다. 추리나 수사가 있는 것 같지만 크게 작용하진 않습니다. 마지막은 언제나 1:1입니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법보다 주먹이 가까우니까요.

베테랑은 전형적인 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틀에 꽉 짜여 맞춰져 있다보니 흐름이 자연스러운 것 같지만 정작 공감이 빠져있어요. 악당 캐릭터에 대한 분노가 정의 실현의 당위성과 무조건 이어지는 건 아니에요. 주인공에게도 악당을 잡아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차 한번 얻어탔다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를 상대하는 이유로는 부족하죠. 동료들을 부패형사로 몰아가면서까지요. 진짜 부패형사였다니 간편하죠? 그 형사들은 어떻게 됐나요? 그때 말고는 안나오던데. 

그리고.. 법을 개무시하고 막무가내로 형사일 하던 주인공이 마지막 악당을 체포할 때는 법을 지키려 해서 당황스럽더군요. 체포 이후 상황을 뉴스 화면으로만 마무리할거였다면 차라리 뒤도 신경쓰지말고 통쾌하게끔 신나게 악당을 때리게 하지 그랬어요.

영화 다 보고 나서야 류승완 감독 영화였다는 걸 알았어요. 너무 흔해빠진 오락영화여서 깜짝 놀랐네요.


★★★

재미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기본 재미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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