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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보슈 시리즈 (Michael Connelly, Harry Bosch, 1992~ )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하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2002년작 블러드 워크의 동명 원작 소설일 것이고 또 하나는 매튜 맥커너히가 주연을 맡은 2011년작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동명 원작 소설일 거에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영상화된 소설이 또 하나 있어요. 아마존닷컴에서 드라마로 만들어 2018년에 시즌4가 예정된 해리 보슈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가 마이클 코넬리가 쓴 소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고 지금 얘기할 작품이죠.


LAPD 살인전담반 형사 해리 보슈가 주인공입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전쟁영웅이며 근속연수를 꽉 채운 베테랑 형사죠. 4편 제목처럼 해리 보슈는 도심을 헤메는 외로운 코요테로 묘사됩니다. 멸종해가는 외로운 코요테요. 해리 보슈는 형사일을 단순 직업이 아닌 사명으로 여기고 있으며 사생활보다는 언제나 일이 우선입니다. 경찰국 내의 정치 상황이나 이미지, 상사의 간섭과 파트너에 대한 배려 등을 무시하고 오직 사건해결에만 주력하는 경향이 있어 그를 탐탁치 않아하는 사람들이 꽤 되죠. 동료는 있지만 진정한 친구는 없어요. 가끔씩 연애는 하는데 성공적으로 길게 이어지는 인연도 없고요. 그는 외로워요. 시리즈를 읽으며 독자의 마음 속에 기본적으로 깔리게 되는 감정은 주인공에 대한 연민이에요. 주인공에 대한 애착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감정일 수도 있겠네요.


매권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며 술술 읽히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어요.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에서 2017년 현재 14편의 시리즈를 출간했습니다. 시리즈가 더 있는데 출간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한 권으로 하나의 사건이 끝이 나며 다음 권으로 이어지지는 않아요. 하지만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습니다. 전작의 사건이 간략하게 언급이 되기도 하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주인공의 외모도 파트너도 부서도 변하거든요. 특히 1편 블랙 에코부터 4편 라스트 코요테까지는 전편에서 언급되었던 주인공 해리 보슈의 과거와 연관된 이야기들이고 따라서 주인공의 캐릭터가 좀 더 확실하게 독자에게 각인되기 때문에 순서대로 읽기를 권합니다.


마이클 코넬리는 독자나 출판사에 대한 배려를 세심하게 하는 작가는 아닌 것 같아요. 반드시 출간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리 보슈 시리즈를 완벽하게 즐기려면 다른 작품도 함께 출간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거든요.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은 캐릭터와 배경을 단순 공유하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가 가볍게 언급이 됩니다. 소설 '블러드 워크'의 이야기가 해리 보슈 6번째 시리즈 앤젤스 플라이트에서 아주 살짝 언급이 되며 7번째 시리즈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의 경우에는 '블러드 워크'의 주인공이었던 테리 맥케일럽이 아예 주인공급으로 나와 시리즈 처음으로 해리 보슈를 관찰하는 입장을 취합니다. 10편 시인의 계곡의 경우에는 같은 작가의 다른 소설 '시인'의 후속작으로도 볼 수 있는데 내용이 이어지지는 않으나 찜찜하지 않으려면 '시인'을 읽는 것이 좋죠. '시인'의 주인공은 LA의 신문기자 잭 매커보이인데 '시인' 이후의 해리 보슈 시리즈에서 종종 언급이 되거나 단역으로 나와요.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도, 시인의 계곡도 해리 보슈가 단독 주인공이 아니며 좀 폭넓게 확대해야 해리 보슈 시리즈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거기다 시리즈 뒤로 가면 그 유명한 '링컨 차를 탄 변호사' 미키 할러까지 등장하기 때문에 해리 보슈 시리즈를 제대로 읽고 싶으시다면 각오 단단히 하시고 현재 출간되어 있는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을 모두 순서대로 읽으시는게 좋아요. 저는 일단 그렇게 했어요. 아직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다른 소설 '보이드문'과 '실종' 두 권 빼고 모두 순서대로 읽었어요. 순서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나무 위키에서 마이클 코넬리를 검색하시면 됩니다.


마이클 코넬리가 주력하고 있는 캐릭터는 해리 보슈와 미키 할러에요. 해리 보슈가 주력 시리즈이며 미키 할러 시리즈는 4편까지 국내에 출간되어 있습니다. '블러드 워크'의 주인공인 테리 메케일럽은 해리 보슈 시리즈 7편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에서 주연급으로 나와 활약하고 해리 보슈 시리즈 10편 시인의 계곡에서 해리 보슈가 사건에 뛰어드는 계기를 제공하고 퇴장합니다. 테리 메케일럽은 이렇게 코넬리의 소설에서 사라져요. '시인'의 주인공인 잭 매커보이는 '시인의 계곡'에서는 활약하지 않으며 '허수아비'라는 다른 소설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해요. 그렇게 시인3부작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조연급 FBI 캐릭터 말고는 이어지지 않으니 3부작이라 부르는 건 잘못된 거라고 봐요.

어쨌든 정리하면,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들은 LA를 주 배경으로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걸 해결하려는 사람들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죠. 주로 해리 보슈가 주인공이며 가끔 해리 보슈가 아닌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도 하고 다른 작품에서 등장했던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등장합니다.


이왕 얘기 꺼낸거 마이클 코넬리의 다른 작품도 간단하게 평가할게요. 그의 작품은 공통적으로 물 흐르듯 주인공의 수사 과정을 따라 쉽게 읽을 수 있어요. 이야기 자체도, 전개도 흥미롭습니다.

'블러드 워크' 훌륭합니다. 영화로 나올만큼 뛰어난 이야기이에요. '시인' 상당히 훌륭합니다. 마이클 코넬리의 흡입력 있는 필력이 돋보여요. 이야기도 좋고요. '허수아비' 훌륭합니다. 주인공 입장과 범죄자의 입장에서 번갈아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몰입하기 좋은 방식인 것 같아요.


이제 다시 해리 보슈 시리즈 얘기로 돌아가죠.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이 다 그렇듯 쉽게 읽혀요. 묘사도 뛰어나고 전개도 흥미진진합니다. 그의 사건 파일들을 따라가다보면 금새 주인공을 사랑하게 될 거에요. 어떤 작품은 상당히 재밌었고 또 어떤 작품은 그저 그랬고 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해리 보슈 시리즈는 추천하는 시리즈입니다. 마이클 코넬리는 추천하는 작가고요. 시리즈 중에서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첫 작품인 블랙 에코와 4편인 라스트 코요테를 꼽겠어요.


국내에 출간된 책 디자인에 관해서도 얘기하자면, 개정판 디자인이 정말 맘에 들지를 않아요. 초판본의 디자인이 왠지 강렬했는데 시리즈 통일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확실히 개정판이 낫긴 해요. 바로 그게 개정판을 낸 이유같고요. 개정판이라 해봐야 출간 시기가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번역가도 같거든요.

일단 색깔이 맘에 안들어요. 흰 바탕에 무지개 원색을 사용한 것도 그렇고 매권마다 표지에 사용된 실사 이미지들이 그 이야기를 대표하는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지를 않아요. 1권 블랙 에코에선 베트남 땅굴수색 특수부대 '땅굴쥐' 출신인 보슈가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전우였던 사람의 죽음을 수사하는데 둘 다 어깨에 쥐 문신이 있거든요. 제목인 검은 메아리를 형상화하기가 어렵다보니 어깨의 쥐 문신을 손으로 감싼 듯한 모습이 초판본의 디자인이에요. 근데 개정판 표지에선 같은 이미지를 쥐 문신과 손 부분을 짤라내 그대로 사용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깨의 쥐 문신 같지가 않고 쥐 인형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처럼 보여요. 2편 블랙 아이스 표지 이미지는 수갑이네요. 블랙 아이스는 신종 마약의 이름이며 마약 전담 수사팀 형사의 죽음을 수사하는 내용이에요. 경찰이 당연히 차고 다니는 도구일 뿐 수갑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없습니다. 5권 앤젤스 플라이트는 LA의 실제 명물인 전동차를 가리키는 이름인데요. 살인 현장이 되기도 하는 곳이죠. 그럼 그 전동차를 이미지로 쓸 것이지 뜬금없이 LA 고속도로 표지판을 표지로 썼어요. 9편 로스트 라이트의 표지는 경찰 배지인데 여기선 보슈가 사표 내던지고 사립 탐정이 되어 수사를 하거든요. 주인공이 종종 배지가 없음을 아쉬워하는데 그 배지 없음을 나타내기 위해 배지를 표지로 쓴 것 같아요. 이해는 되는데 맘에 들지는 않아요. 좋아하는 시리즈라 전권 소장하고 있긴 한데 디자인은 참 아쉬운 부분이에요.



★★★★


소설 감상 관련 글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게임, 영화, 미드 등에는 나름의 기준을 잡아 별점을 남겨왔는데 소설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힘들어 어떡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블로그의 통일을 위해 별점을 매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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