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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를 들어보면 할리 퀸이 아니라 할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할린 (Harleen, 2020, 시공사)

 

 많은 코믹북이 번역되어 출간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미국 코믹북들은 그 시리즈가 다양하고 또 한 작품을 여러 작가가 그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더고요. 배트맨의 팬으로서 어떤 것부터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허쉬'같은 단편을 좋아해요. 작품성도 좋고 그림체도 맘에 들었던 작품이었어요.

 강렬한 표지에 이끌려 이번에 구매한 '할린'도 단권으로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조커의 싸이코 여자친구로 등장했다가 뛰어난 캐릭터성으로 다양한 매체에서 주연급으로 오른 '할리 퀸'의 이야기죠. 하지만 제목이 할리 퀸이 아니라 할린이에요. 평범한 정신과의사가 어떻게 싸이코패스에게 감화되고 어떻게 악당으로 변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담은 이야기죠.

 

'할린'은 캐릭터의 기원을 설명하는 작품들 중에선 최고라고 불릴만 합니다. 조커만큼이나 미친 캐릭터를 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작가 스체판 셰이치가 훌륭한 일을 해냈어요. 정신상담치료에 열정적이던 학생이 아캄수용소에서 일하게 되면서 가진 기대감이라던지, 범죄성향을 가진 이들을 미리 치료해서 범죄율을 낮출 수 있을거라고 믿던 성실한 학생이 점차 느끼게 되는 좌절감 등 주인공의 감정 묘사에 능숙합니다. 그리고 희대의 싸이코패스 조커를 만나고 어떻게 그에게 점점 끌리게 되는지도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있어요. 결코 사랑해선 안될 남자지만 그녀의 감정은 진실된 것이며 그렇기에 더욱 그녀의 선택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후속작이 반드시 나와줬으면 할 정도로 독자의 마음을 파고도는 작품입니다.

 

 그림체도 상당히 괜찮네요. 배트맨이 다소 평범하게 느껴지는데 킬러 크록이라던지 하비 덴트는 좋습니다. 정말 맘에 드는 건 포이즌 아이비에요. 카리스마가 엄청나요.

 스체판 셰이치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배트맨 코믹스를 그려주길 바랍니다. 할리 퀸이 조커에게 실망을 느끼고 홀로서기를 하는 이야기를 담은 후속작도 나오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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