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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하나만 들어줘 (Darcey Bell, A Simple Favor, 2017)

다시 벨은 특별히 알고 있던 작가는 아니에요.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은 책들을 모아놓은 장바구니에 있던 한 권이죠. 해리 보슈 시리즈도 다 읽었고 미키 할러 시리즈도 다 읽었고 11권짜리 링컨 라임 시리즈를 읽기 전에 단권으로 된 책을 간단히 읽고 싶었었거든요. 나쁘지 않았어요. 괜찮은 몰입감이긴 하네요. 하지만 제 취향은 아니에요. 전 서사중심적인 이야기가 좋은데 이 책은 기본적으로 두 여자의 수다가 거의 대부분이거든요.

작품 내에서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종종 언급돼요. 실제 작가고 '부탁 하나만 들어줘'의 주인공이 읽고 있는 책의 저자죠. 웃긴게 전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핑거스미스'의 작가라고 생각했네요. 스미스가 들어간다고 그렇게 생각했나봐요. 책을 다 읽고 나서 검색해보니 리플리 시리즈의 작가였군요. 제 착각으로 인한 것이긴 하지만 전 '부탁 하나만 들어줘'를 읽으며 내내 '핑거스미스'가 생각났어요. 구성이 비슷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한 여자의 이야기, 그리고 갑자기 다른 여자의 이야기, 둘의 이야기. 다시 벨이 핑거스미스의 팬이고 그런 구성을 따와서 썼다고 여겼죠. 전혀 아니었네요. 어쨌든 구성은 비슷하긴 해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리플리'의 작가라는 걸 알고 난 후에 생각해보니 주인공에게서 리플리의 느낌도 조금 나긴 하네요. 멧 데이먼의 영화 밖에 보진 못했지만요.

내용 소개도 간단히 해볼까요. 스테파니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싱글맘이에요. 아이와 절친인 다른 엄마 에밀리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죠. 어느날 에밀리가 아이를 잠시 맡기는 간단한 부탁을 합니다. 그리고 사라져버리죠. 에밀리가 시체로 발견된 이후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를 돌보게 되죠.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남편과 가까워지게 됩니다. 아무리 죽었다고는 하지만 친한 친구의 남편과 가까워진게 죄스러웠던 스테파니는 어느날 에밀리가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여자의 입장과 다른 여자의 입장을 옮겨다니는 방식으로 화자가 바뀌면서 내용이 전개가 돼요. 화자가 둘 다 여자다보니 그때그때의 감정 묘사에 상당히 치중되어 있으며 화자의 감정 변화 묘사가 잘된 편이에요. 따라서 책도 여성 취향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잘 짜여진 범죄스릴러라기보단 심리스릴러 쪽이죠.

스토리는 좀 아쉬운 편이에요. 말했다시피 '핑거스미스'가 대놓고 생각날 정도로 구성이 비슷하기도 하고 게다가 그렇게 놀라운 이야기도 아니며 허술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너무 쉽게 흘러간다 싶기도 해요. '리플리'와는 다른 느낌으로요.

책 하단을 두르고 있는 띠지에 보면 '나를 찾아줘' '걸 온 더 트레인'을 잇는 페이지 터너 스릴러라고 쓰여있네요. '걸 온 더 트레인'은 구매했고 언젠가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부탁 하나만 들어줘'처럼 심리 묘사에 치중되어 있다면 다음으로 미뤄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언급된 두 작품을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부탁 하나만 들어줘'도 더 재밌게 보실 수 있는 모양이에요.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려나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말이 너무 많은 것이 좀 아쉽긴 했지만 읽어볼만한 작품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

안나 캔드릭, 블레이크 라이블리 주연으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말도 띠지에 함께 써있네요. 영화를 기대해보죠. 보통은 이런 소설이 영화화되면 결말을 바꾸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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