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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Captain America: Civil War, 2016)


'배트맨 대 슈퍼맨'의 실패 때문에 마블 판 히어로 대 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상대적으로 과대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모르죠. 슈퍼히어로물의 '대부'라느니 마블판 '다크나이트'란 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한 제 반감일지도요. 캡틴 아메리카의 이번 세번째 속편은 절대 '다크나이트'나 '대부'에 못 미칩니다. 마블의 저력을 보여준 영화긴 하지만 언급된 두 작품만큼 '영원히 남을' 걸작 수준은 절대 아니에요.


서두부터 깍아내리는 듯 글을 시작했지만 사실 시빌 워는 제법 잘만든 오락영화입니다. 볼거리가 있고 액션도 뛰어나며 유머도 있죠. 한 영화에서 보기엔 좀 많다싶은 캐릭터들을 그래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나름 짜임새있는 스토리도 들려주고 있어요. 수많은 캐릭터들을 적절히 사용하는 능력은 어벤저스 때부터 참 대단하다 싶어요.


전체적으로 괜찮았어요. 하지만 깊이는 약해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초인등록법을 두고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윈터 솔저의 처분을 놓고 대립합니다. 시발점은 물론 초인등록법이었죠. 좋은 일을 하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정당하게만 봐야하는 것일까요? 불필요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통제가 필요할 것 같다고 할때 그 통제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굉장히 좋은 이야기에요. 잭 스나이더가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시도했다가 망쳤을 정도로 사실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하죠. 꼭 옳은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시빌 워'에선 그간의 민간 피해를 보여주고 초인등록법을 들이밀더니 결국 그 이야기는 안 해요. 좋게 말하면 영리하게 비껴나갑니다.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에 적절한 '우정'을 다루는 것이죠. 다른 신념으로 인해 대립은 시작되었지만 누가 옳고 그르다가 아니라 싸움 자체에만 집중하는 거죠. 편리한 방법이긴 해요. 어차피 오락영화니까요. 어차피 무거운 주제는 극장 바깥에서 당신은 누구 팀? 하고 물어서 관객에게 넘기면 그만이거든요. 

함께 등장하는 수많은 다른 캐릭터들도 해답을 갖고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에요. 이들은 신념조차 약하죠. 각각 사이드킥으로서의 역할을 할 뿐 과연 우리끼리 치고받고 싸워야할만한 상황인가 의문을 가지는 캐릭터는 하나도 없어요. 아이언맨의 사이드킥 워머신, 캡틴 아메리카의 사이드킥 팔콘을 빼곤 그저 액션씬을 위해 소모되는 것에서 그칩니다.



화해는 흐지부지해요. 찝찝함을 남겨주고 끝나죠. 앞으로 나올 블랙팬서 단독영화에서 이야기를 이어갈 것 같은 암시를 쿠키영상을 통해 보여주긴 하는데 완성도를 놓고 볼 때 옳은 방법은 아니라고 봐요. 

사실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는 항상 그래왔어요. 필요에 따라 캐릭터를 '사용'하죠.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든 어벤저스 시리즈든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전체 마블 영화 개봉 연도순으로 봐야해요. 거기까진 좋아요. 영화를 100프로 즐기려면 이전에 나온 다른 영화들을 모두 봐야한다는 것이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ooo를 보러 가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것들' 같은 기사를 통해 저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 뭐 괜찮아요.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의 트렌드라고 받아들여야죠.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이야기를 하다 말 줄은 몰랐어요. 영화의 엔딩이 이러면 안되죠. 캡틴아메리카 3편인 시빌 워에서 생긴 앙금을 블랙 팬서의 단독영화에서 푸나요? 아니면 어벤저스 3편인 인피니트 워에서 푸나요? 아니면 캡틴 아메리카 4편이 그 사이에 나올까요? 4편은 아직 예정 없는 걸로 아는데.



★★★☆


정작 가장 기대되는 것은 스파이더맨 리부트의 메이 숙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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