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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


개봉 첫날 심야로 감상했습니다. 그만큼 기다렸던 영화였어요. 배트맨 대 슈퍼맨에 실망을 했으니 후발 주자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여러 팬들도 악당들의 손에 DC의 사활이 걸렸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기대감을 드러냈었죠. 하지만.. 결과는 참담합니다. 최악이에요. 판타스틱4만큼은 아니지만.. 아니.. 그 정도 급인지도 모르겠어요. 


전 DC의 팬입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을 옹호하고 시빌 워를 깍아내리는 리뷰를 쓰면서도 사실 전 몰랐어요. 중립인 줄 알았죠. 하지만 이번 코믹콘에서 공개된 저스티스 리그 영상을 처음 봤을때 확실히 알았어요. 심장이 터질 것 같더라고요. 그간 재밌게 봤던 마블의 수많은 영화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어벤저스 시리즈 등등의 예고편이나 본편을 보면서도 두근거린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요. 배트맨 대 슈퍼맨의 예고편,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예고편, 저스티스 리그의 이번 보너스 영상을 볼 땐 너무 즐거워 미치겠더라고요. 전 DC 빠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좋게 봐줄래야 좋게 봐줄수가 없어요. 감흥없는 액션씬들, 의미없는 대사들, 흥미롭지 못한 연기들. 가장 최악인 건 각본입니다. 조금도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에요. 이들이 모인 목적은 대체 뭐였나요? 상대할 적도 없는데 아무도 원치 않는 팀부터 무리하게 짜다가 개판치는 이야기가 대체 뭔 재미랍니까.


그리고,

악당들이 모였다는데 정말 악당 맞나요? 전혀 악당 같지 않아요.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치 않는 작전에 투입된 극단적인 상황입니다.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잘 나타날만한 상황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네요. 이들은 악당 특유의 이기심도 없고 생각도 별로 없습니다. 함께 한지 얼마나 됐다고 갑자기 왠 동료애랍니까. 

가장 중요한 개성도 빠져 있습니다. 할리퀸이 나대는 장면들은 불필요하게만 느껴집니다. 동료들과 떨어져 혼자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 씬은 왜 필요했을까요? 할리퀸은 야구방망이 말고도 아크로바틱 액션이 장기 아니었나요? 데드샷이 그럭저럭 대사를 날리며 활약하지만 약해요. 백발백중의 암살자답다기보다는 그냥 람보 같아요. 카타나는... 왜 나왔을까요. 캡틴 부메랑은 나름 괜찮았어요. 그래도 핑크색 유니콘에 집착한다는 특징 따위는 플래시 단독 영화에서나 사용하고 이번 영화에서는 뺏으면 더 좋았을거에요. 한 장면 나올 바에야 차라리 '난 빠른 놈들이 정말 싫어' 정도의 대사 몇마디가 어땠을까요? 엘 디아블로도 나름 괜찮았어요. 킬러 크록은... 그저 머리수 채우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인챈트리스는 매력적인 악당이긴 하나 역할이 모호합니다. 대체 뭘 원하는지 알수가 없어요.


잠깐 나오는 배트맨도 엉망입니다. 데드샷 앞에서 설설 기어요. 애 뒤에 가만히 숨어 있다니.. 플래시는 뭐라 판단하기엔 1,2초 정도의 등장이 너무 짧고.. 조커는 괜찮았어요. 자꾸자꾸 보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잭 니콜슨이나 히스 레저와 비교하며 판단하기엔 너무 짤막짤막하게 틈틈히 나와서 좀 그렇네요. 


연출 역시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들 정도로 엉망입니다. 초반의 캐릭터 소개나 저마다 회상씬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지 않아 흐름을 툭툭 끊어먹는 느낌이며 어설픈 스토리를 더욱 더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저마다의 색깔을 반짝이며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빛나야할 캐릭터들이 반딧불이처럼 약한 빛을 내며 멍청한 각본 속에서 허우적대는 꼴입니다. 영화 보는 내내 하품 나옵니다. 신나는 명곡들이 배경음악으로 쓰인 덕분에 잠들진 않고 끝까지 보긴 했네요. 대체 DC는 몇번이나 뒤통수를 후려칠런지 원. 맨 오브 스틸은 정말 명작이었군요.



이 영화는 기획부터 잘못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악당들의 이야기지만 결국엔 배트맨을 위한 영화였어야 합니다. 악당들의 절절한 사연을 풀어내어 공감을 유도할 것이 아니라 악당들이 어떻게 배트맨에 의해 신나게 두들겨맞고 잡혔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배트맨을 증오하는 것으로 악당들끼리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했어야죠. 윗대가리들의 계획에 의해 원치않는 작전에 투입되었지만 이들은 악당들이니만큼 자기들끼리 몰래 다른 계획을 꾸미고 윗대가리들의 계획에 따르는 척하다가 결국엔 신나게 깽판을 쳐야 했습니다. 배트맨, 슈퍼맨은 어디서 뭐하나 싶을 정도로 도시가 뒤집힐 정도의 큰 소동에 말리는 게 아니라 좀 더 작은 규모의 깽판을요. 조커가 가세하거나 아니면 악당들이 결국 조커의 계획대로 허우적대는 것도 괜찮겠네요. 어찌됐든 윗대가리들의 계획에 똥칠을 해주고 악당들끼리 의기투합해서 자! 이 기세를 몰아 배트맨을 치자! 하는데 배트맨이 난입해 이들을 몽땅 제압하는 걸로 마무리했어야합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악당들이 주인공인 배트맨 영화였어야한다고요! 



★★


이 영화로 DCEU가 휘청거리진 않을거에요. 원더우먼과 저스티스 리그가 남아있으니까요. 저스티스 리그 파트 원이 망한다면 DCEU는 확실히 망하겠죠. 기대 안합니다. 그저 벤 애플렉의 배트맨 단독 영화만 기다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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