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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즈 오브 스톤 (Hands of Stone,2015)


스포츠 감동 실화극은 어지간해선 실패할 수 없는 장르입니다. 적당히만 해도 실화가 주는 감동으로 커버가 되죠. 하지만 이번에 감상한 핸즈 오브 스톤은 무척이나 실망이었어요. 권투극으로도 실패했으며 실화극으로도 실패했습니다. 그저 로버트 드니로를 얼굴마담으로 전면에 내세워 부족한 영화를 커버하려하고 있습니다.


일단, 권투영화니까 권투 얘기를 먼저 하죠. 

경기가 실감이 나질 않아요. 아예 흐름 자체가 보이질 않아요. 누가 우세한지 전혀 나타나질 않으며 그렇다고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것도 아니에요. 오직 해설자만 열을 내며 최고의 경기니 앞으로 50년간 회자될 경기니 대단하다 어쩌니 떠들어대는데 경기가 눈에 들어오질 않으니 조금도 공감이 되질 않습니다. 영화를 본 관객은 누가 우세한 경기를 펼쳤는지 예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판정 결과가 나올 때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죠. 이 영화에서 그런 건 없습니다. 권투 경기 연출이 이제껏 본 권투영화 중 최악이에요. 관중들이 환호하고 세컨드가 고함을 지르는 장면 자꾸 나오면 뭐합니까. 권투가 재미가 없는데.


권투 연출이 엉망이다보니 코치가 알아본 주인공의 재능도 보이질 않습니다. 코치는 저 아이가 천재니 내 인생을 바꿔놓았니 어쩌니 하는데 공감이 가질 않네요.


경기 외적으로도 주인공에게도 공감이 가질 않습니다. 파나마와 미국의 정세에 따라 파나마 국적의 주인공이 심경 변화를 겪는 것으로 나옵니다만 어설퍼서 공감하기 힘들어요. 계속 망나니처럼 행동하다가 진지해야하는 장면에선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데 보고 있자니 손발이 오그라들더군요. 가증스러운 연출이었어요. 중후반부에 경기중이던 주인공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면은 아예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시도조차 없었죠. 주인공의 의아한 선택에 감독의 해석이 들어가야했어요. 아니면 관객이 어느정도 짐작은 할 수 있게끔 연출해줬어야죠. 그냥 짜증나서 그랬다고 편리하게 넘어가버립니다. 그럼 주인공의 재기도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죠. 미국에 대한 증오도 어설프고 파나마에 대한 애국심도 어설프던 주인공이 이제껏 언급 한번 없던 파나마 대통령의 죽음을 겪더니 뜬금없이 파나마를 등 뒤에 짊어진 영웅이 된 것처럼 재기를 결심하네요.


전체적인 전개도 굉장히 어설퍼요.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 전환이 매끄럽지 않으며 코치의 합류과정은 아예 생략되어 있습니다. 러브라인은 '남자주인공에겐 여자가 필요하니까' 억지로 끼워넣은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동네 양아치에 불과해보이는 주인공이 이기자 온 동네가 들썩이는데 마을 사람들이 권투 경기를 지켜보는 과정 역시 통째로 생략되어 있습니다. 각본 자체가 엉망이에요. 주인공이 돈을 펑펑 쓰는 것에 잔소리를 하던 마누라가 집에 들어가서는 밍크코트 걸치고 거울에 비춰보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어린시절 멘토로 보이는 백수? 캐릭터는 의미없이 카메라의 비중을 차지하다가 오로지 죽는 역할로 사용됩니다. 도대체 상대 역인 슈가레이의 섹스신은 왜 나온건지?


주인공과 코치의 관계도 엉망입니다. 주인공은 코치에 의지하지 않으며, 코치는 관객들은 모르는 주인공의 재능을 혼자만 아끼고 보듬어주면서 싸가지없는 주인공에게 매달리기만 합니다.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의 관계가 이러니 애시당초 영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흥미로울 것 같았던 마피아와 코치의 이야기는 나레이션으로 간단하게 생략되었으며 나레이션으로도 충분했을 것 같은 주인공의 어린시절이 불필요하게 나옵니다. 이왕 나오는거 주인공의 천재성을 그때 드러나게끔 어린시절을 활용했어야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오로지 나중에 성인이 된 후 경기 중간에 회상으로 써먹는데 쓰고 있습니다.


이제껏 본 권투영화 중 최악입니다.


★★



제가 가장 좋아하는 권투영화는 신데렐라 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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