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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트 (Bright, 2017)


예고편을 보고 독특한 발상에 기대감을 품었었습니다. 공개된 스틸샷을 보고 현실을 빗댄 풍자도 기대했고요. 판타지를 가장한 경찰 액션 스릴러에 현실 풍자까지 더해지면 완벽하지 않나요? 

하지만!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감상한 지금 느껴지는 감정은 허무함이에요. 데이빗 에이어의 전작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실수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니 허무하기 짝이 없네요. 트레이닝 데이의 각본을 쓸 때, 퓨리와 엔드 오브 왓치를 감독할 때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말이에요.


영화가 허무하고 그러진 않아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가진 개똥 판타지일 뿐이죠. 익숙치 않은 세계관을 따라가기도 바쁜데 소원을 들어주는 전설의 마법지팡이는 너무하잖아요. 꼭 그랬어야만 했나요? 현대 사회에 오크와 엘프가 함께 사는 세계관을 설정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이야기가 나올 법한데 굳이 마법지팡이를 등장시켜야 했냐고요. 거기다 암흑군주까지...


이야기가 엉망인데 세계관도 그에 못지 않게 엉망입니다.

엘프는 부유층으로 묘사됩니다. 깨끗하고 번화한 곳에 모여 사치스러운 삶을 사는 장면이 딱 한번 나오더니 그걸로 세계관 속에서 엘프의 삶 묘사는 끝입니다. 등장하는 엘프 캐릭터들은 화려한 아크로바틱 기술로 액션을 펼치는데 뛰어난 무용실력이 곧 부유층으로 가는 지름길일까요? 초반에 묘사된 여피족같은 모습과 뒤에 등장하는 액션 엘프 캐릭터들이 매치가 되지 않아요. 게다가 연방 마법조사요원?으로 나오는 엘프는 폼만 잔뜩 잡는데 대사도 별로 없고 움직임도 별로 없어요. 이리 저리 차 타고 다니면서 뒷북만 칩니다.

오크는 지능이 낮고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서민 및 갱으로 묘사됩니다. 힘이 센 걸로 나오는데 그냥 청소를 주로 하는군요. 교육받지 못한 흑인처럼 묘사되요. 인종 차별을 빗댄 종족 차별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농담 몇마디로 끝이며 사회 풍자는 없어요.

가장 아쉬운 건 인간 묘사가 없다는거에요. 인간 묘사가 왜 필요하냐고요? 엘프와 오크와 인간이 공존하는 특이한 사회인데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떠한 삶을 사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귀족처럼 화려한 삶을 사는 엘프와 밑바닥 삶을 사는 오크 사이에 끼어있는 인간들의 삶이 어떠한지 묘사가 들어갔어야 했어요. 하지만 그런 묘사가 없어요. 그냥 해충처럼 묘사된 요정을 쥐 잡듯이 빗자루로 때려잡는 것이 묘사의 끝입니다. 요정은 왜 나온 걸까요. 예고편에 집어넣어 풍성한 세계관을 가장하는 용도로 쓰고 그냥 버립니다. 그러고보니 켄타우로스 종족도 한 두번 나오더군요. 오크는 천대하면서 켄타우로스는 천대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불완전한 세계관 위에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유치한 아동 판타지를 올려놓으니 영화가 견디질 못합니다.


기본적으론 버디 무비 형식을 띠고 있어요. 인간과 오크가 파트너가 되어 초반엔 티격태격 하다가 결국 하나로 뭉쳐서 싸우는 식이죠. 근데 버디무비로 봐도 별로인 건 마찬가지에요. 비중이 윌 스미스에게만 몰려 있어요. 윌 스미스는 윌 스미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평범한 연기를 하면서 주인공 역할 다하는 반면 오크는 윌 스미스 보조를 맞추는 조연에 불과해요. 통역사 외에는 역할이 없어요. 오크는 차를 들어올릴정도로 힘이 센걸로 나오는데 힘은 안 씁니다. 

두 종족간의 거리만큼 파트너 사이에도 거리감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절친 행세를 하네요. 말로는 서로 친구가 아니라고 하지만요.

캐릭터가 무척 아쉽습니다. 어째서 묵직한 오크가 아니라 물렁한 오크인거죠? 오크 최초의 경찰이 되어 기존 경찰들의 천대와 멸시를 받는데 동족들에게마저 버림받은 그가 어째서 울분으로 가득차 있지 않는 걸까요. 조엘 에저튼은 이런 캐릭터를 위해 분장을 참아야할 이유가 없었어요.


수어사이드 스쿼드 때는 캐릭터들이라도 건졌는데 이건 뭐...



★☆


참, 연방요원과 미치광이 예언자?에 따르면, 마법지팡이를 다룰 수 있는 '브라이트'는 주로 엘프지만 아주아주 어쩌다가 인간이 되기도 한대요. 이딴 대사를 초반에 집어넣어 놓으니 누가 바로 그 '브라이트'일지 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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