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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파더 (Grand Father, 2015)


예고편을 보고 드디어 우리도 이런 영화가 나오는건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힘없이 조용히 살던 할아버지가 썩어빠진 세상에 통쾌하게 한방 날리는 이야기요. 마이클 케인의 해리 브라운이라던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 같은 영화를 예로 들 수 있겠죠. 하지만 그 같은 영화와 비교하기엔 그랜드파더는 참으로 부족한 영화입니다. 2프로요? 아뇨, 어림잡아도 절반은 부족해요.


스포일러 주의하시고요.

영화가 홍보하는대로 액션부터 볼까요? 어? 액션이 없습니다. 아주 일부 몇장면에서 샷건 뿜뿜 하는데 특수효과가 어렸을때 갖고 놀던 딱총보다 약간 나은 수준입니다. 억억 하고 쓰러지는 애들은 총을 맞았는지 장풍을 맞았는지 티가 안나요. 살도 안 터지고 피도 안 터집니다. 근데도 청소년관람불가!! 그리고, 총신은 도대체 왜 잘라낸걸까요? 옷 상의 안에 감추기 위해서?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서? 총을 꺼내는 장면 따윈 없습니다. 총신 왜 잘라냈냐구요? 예고편에 쓰려고요. 


메인악역도 참으로 약합니다. 이건 악역을 맡은 정진영의 잘못이 아닙니다. 멍청한 각본 탓이죠. 배우는 대개 좋은 작품 속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좋지 않은 작품 속에선 좋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는 법입니다. 아무리 용써봐야 소용없어요. 진흙탕 속에서 노래해봐야 빛나기는 어렵거든요. 정진영은 나름 발버둥치긴 하는데 안타깝게도 메인 악당이면서 비중이 작아요. 비중을 분산시키는 다른 악당들이 많습니다. 일단, 어린 양아치가 있죠. 불필요한 캐릭터같지만 악당 조지기 전에 맛보기로 조질 놈이 하나 필요하기 때문에 나오는 캐릭터인데 이 놈이 정진영보다 더 밉게 그려져요. 큰 실수입니다. 또 경찰도 있죠. 경찰의 부작위를 이유로 주인공 할아버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그쳐야할 경찰 캐릭터가 악당만치 밉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경찰 조직에 대한 반감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 한 경찰만 나오는데 어린 양아치만큼이나 싸가지 없게 그려집니다. 이렇게 심하게 묘사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악당에게 쏟아부어야할 관객의 분노를 왜 엉뚱한데다 흩뿌리게 만드는걸까요? 그리고, 초반부에 경찰 차 뺄라고 후진하는데 왜 할아버지는 남의 차 트렁크 탕 치면서 경찰 열받게 했을까요? 왜냐구요? 예고편에 쓰려고요.


감정선도 허접하기 그지 없습니다. 할아버지를 원망하던 손녀가 중간에 아무 이유없이 할아버지에게 정을 느끼는가 싶더니 다시 눈알 부릅뜬 반항녀 이미지로 돌아갑니다. 보는 내가 다 무서웠어요. 눈알.. 

손녀가 할아버지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참으로 빈약해요. 같이 비 맞으며 분식 한번 같이 먹고, 고엽제 얘기해준 걸로 '자, 이제 니 할아버지 같지?' 하며 간편하게 넘어가버립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고엽제 얘기 그때 할거였으면 할아버지가 고통스러워하는 장면 초반에 한번 정도는 미리 넣어주지 그랬어요, 감독님. 할아버지 소리지르면서 뒹굴때 깜짝 놀랐네. 


손녀와 할아버지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열쇠를 숨겨두는 화분, 그리고 계란후라이입니다. 할아버지가 구운 계란은 타서 엉망인데 손녀의 계란요리는 하얗고 깨끗합니다. 할아버지가 잘했다고 칭찬하죠. 이걸 좀 더 사용했으면 나았을거에요. 계란후라이도 제대로 못한다고 손녀가 할아버지를 타박을 준다던가 해서 장면을 좀 더 넣은 다음에, 마지막에 손녀가 계란후라이 먹다가 할아버지를 떠올리고 우는거죠. 뭐, 좀 뻔한 구성인 듯 싶지만 감독이 집중한 화분보다는 나았을 거에요. 손녀가 평소에 열쇠를 숨겨놓던 화분이 어떻게 할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는 장치가 되는거죠? 할아버지도 몇번 그 화분의 열쇠를 활용했기 때문인가요? 손녀는 화분을 뒤적거리는 할아버지를 본 적 없습니다. 근데 감독은 자꾸 아무 의미없는 화분을 따뜻하고 정겹게 비추더니 마지막에 손녀가 할아버지를 떠올리는 매개체로 사용합니다. 화분은 왜 예고편에 안 넣었는지?




할아버지가 월남전 참전 용사로 국가에서 8만원 받고 있다는 얘기에 정진영이 분노하죠. 국가 못지 않게 참전 용사들을 모욕하고 있는 건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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