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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존스 (Jessica Jones, 2015 시즌1 완)


마블의 행보는 놀랍습니다. 어벤저스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흥행시킨 그들의 저력은 TV 시장까지 진출하였으며 에이전트 오브 쉴드, 에이전트 카터 등의 TV시리즈를 통해 극장용으론 쉽게 얘기하기 힘든, 슈퍼히어로들을 보조하는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팬들을 가장 흥분시시켰던 소식은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로 이루어진, 모두 4명의 코믹북 히어로들의 소형 어벤저스라 할 수 있는 디펜더스의 TV 시리즈가 발표되었단 것입니다. TV판 어벤저스를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첫번째 주자는 다들 아시는 데어데블입니다. 넥플릭스에서 자체 제작한 데어데블은 단연 최고였습니다. DC든 마블이든 TV에서 활약하고 있는 코믹북 히어로물들을 통틀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바통을 이어받은 두번째 주자 제시카 존스는 자연스레 팬들의 기대감을 잔뜩 안은채 출발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전 크게 실망했습니다. 

공개되기 전부터 예고되었던 것처럼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드라마란 것을 예상하고 감상을 시작했지만 사실 전체적으로 지루하고 답답한 느낌 뿐입니다.



극이 어둡고 무겁다는 말은 차갑고 현실적이라는 말입니다. 적어도 코믹북 히어로물에서는 그렇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에게 충격을 가져왔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가 그랬고 굳이 멀리 갈 필요없이 같은 동네의 데어데블이 그랬습니다. 하지만 제시카 존스는 어둡거나 무겁지 않습니다. 칙칙하고 답답하여서 그저 지루할 뿐입니다.


설정상의 이유라고 한다면 그저 변명일 뿐이에요.

외상 후 스트레스를 가진 은퇴한 슈퍼히어로여서 그렇다고요? 캐릭터 설정 자체는 좋습니다. 상처를 가진 캐릭터가 아픔을 딛고 일어나 악당 앞에 우뚝 서는 것은 흔한 기본 설정입니다. 그 과정을 적절히만 묘사한다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으며 주인공의 싸움을 응원할 수 있게 되고 그때부터 바로 재미가 시작되는 것이죠.


제시카 존스는 공감부터 실패합니다. 주인공 역을 소화하고 있는 크리스틴 리터의 연기도 밋밋합니다. 크리스틴 리터는 처진 눈이 매력적인, 무척 예쁜 배우입니다. 하지만 극중 내내 크리스틴 리터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있다보면 처진 눈이 답답하게만 느껴집니다. 메인 악당인 킬 그레이브에 의해 이용당했던 과거를 갖고 있지만 그녀의 고통, 죄책감을 표출하는 장치가 부족해요. 그녀는 울분을 터뜨리지도, 분노를 표출하지도 않습니다. 술을 계속해서 마시며 혼자 고통을 감내한다는 장면만으론 공감을 얻기가 어렵죠. 오히려 주인공의 자매로 나오는 캐릭터 트리시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공감하기가 쉬웠습니다.



액션은... 없습니다. 이 드라마에는요. 

미드 제시카 존스를 보다보면 도대체 이 여자는 슈퍼히어로일 때 어떻게 싸웠단 거야?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들 정도로 싸움에는 무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격투는 하지 않고 그냥 적들을 밀쳐내는 수준에 그치며 엄청난 힘을 가졌다고 말하면서도 박력은 조금도 없습니다. 벽이 무너지는 장면 몇몇으로 액션씬은 끝입니다.

뭐,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죠. 다들 미드 제시카 존스가 액션물이 아니라고 말하니까요. 전직 슈퍼히어로라는 타이틀이 아예 없었으면 이런 문제도 없었겠지만 뭐.. 여튼 결론은 액션 쪽으론 재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주인공은 현재 사설탐정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냥 직함일 뿐입니다. 주인공은 사설탐정 쪽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으며(파파라치의 재능은 있어보이지만) 극중 추리극의 요소도 전혀 없습니다. 은퇴한 슈퍼히어로가 사설탐정을 한다고 들었을때 자연스레 예상할 수 있는 하드 보일드 적인 모습도 없습니다.


이 드라마에 있는 것은 로맨스입니다. 메인 악당 킬그레이브는 주인공 제시카 존스에 집착하고 있으며 자의였든 타의였든 과거 둘은 연인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바텐더 루크 케이지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바텐더 루크 케이지는 주인공이 가진 고통스런 기억의 직접적인 연장선에 있는 인물입니다. 전 사실 이 부분도 잘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만 언급하자니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그냥 놔두죠.

주인공을 조연하는 캐릭터 트리시와는 혈연 관계가 아니지만 둘의 자매애 또한 묘사가 되고 있습니다.


조연 캐릭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주인공 외의 인물들은 딱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습니다. 트리시 외에는요. 주인공 제시카 존스와 사업적인 관계로 보이는 변호사 역할의 캐리 앤 모스는 도대체 왜 나오는 건지 비중도 없고 존재감도 없습니다. 루크 케이지는 자기 타이틀을 내건 시리즈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조금의 박력도 보여주지 못하다가 어영부영 사라집니다. 힘 캐릭터면서 온화한 신사 같아요. 미드로 나온다면 보기야 하겠지만 별로 기대하고 있진 않습니다. 아, 주인공 사무실 옆에 사는 마약쟁이는 그나마 제 역할이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악당 킬그레이브겠죠. 

킬그레이브는 엄청나게 무서운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소름끼쳐요. 그의 말이라면 어떤 것이든 복종하게 할 수 있는 마인드컨트롤입니다. 쇳덩이를 마음대로 다루거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기도 하고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초스피드를 자랑하면서 하늘을 나는 것이 기본인 세계관에서 그닥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지만 극중에서 묘사하는 킬그레이브의 능력은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잔인합니다. 아주 잔인해요. (눈을 감지 못한다니 생각만 해도 아픕니다)


킬그레이브는 아주 본성이 잔인한 놈입니다. 근데 야심은 아주 소소한 악당이에요. 

돈도 권력도 탐을 내지 않습니다. 자기 살 정도만 있으면 돼요. 주인공 제시카 존스와 다시 함께하고 싶어하는 소망이 이 시리즈에서 그가 보여주는 야망의 전부입니다. 제시카 존스의 싸움이 남의 싸움처럼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표면적으론 킬그레이브가 저지른 악행을 고발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끔 하기 위한 것이 그녀의 싸움이긴 하지만 제시카 존스는 그 싸움을 이용당했던 과거의 복수심 때문에 하는 것도 아니고 히어로로서 우러난 정의감에서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해야할 일이어서, 자기 밖에는 할 사람이 없어서 합니다. 이 무슨 힘빠지는 소리랍니까?


킬그레이브는 결국 악당다운 면모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합니다. 제시카 존스와 일시적으로 함께 하는 동안 자기만의 이론을 펼치며 제시카 존스를 설득하려는 장면은 제법 흥미롭습니다만 시리즈를 이어나갈 만큼의 메인 악당 역할은 못하고 있어요. 그런 얘기가 있죠. 이야기는 오직 그 속의 악당만큼만 뛰어나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나 데어데블 시리즈의 킹핀을 보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입니다.



미드 제시카 존스는 디펜더스의 일환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시청을 포기했을 드라마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전부 제 개인적인 의견이에요. 다른 팬들의 리뷰는 다르더라고요. 추천하는 리뷰들 밖에 못봤어요. 그래서 이 글을 썼습니다. 

제 의견에 공감하는 분도 있을테고 공감하지 않는 분도 있을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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