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씽을 최대한 못만들려고 작정했을때 '헬릭스'

헬릭스 (Helix, 2015 시즌2로 종영)

미드를 정주행하기 전에 일단 어떤 미드인지, 몇 시즌까지 나왔는지,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 일단 검색창에 처넣으면 추천하는 글들 밖에 없죠. 왜 그럴까요. 

헬릭스 역시 그런 미드 중 하나입니다. 미국 Syfy 채널에서 제작했는데 처음 듣는 방송사입니다. 뭐 볼 거 없나 싶어 두리번거리다보니 추천하는 글도 많고 하여 헬릭스를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하고 있으며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모르는 건지 일부러 무시하는 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변죽만 울리고 있습니다. 저는 1시즌 7화까지 보다가 포기했습니다. 나머지 시즌이 어디까지 진행됬나 싶어 검색해보니 아니나다를까 2시즌으로 종영되었으며 3시즌은 캔슬되었습니다.

북극에서 미지의 바이러스에 의해 사람들이 감염된다는 설정은 존 카펜터의 the thing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물론 the thing은 걸작이지만 사실 소재 자체는 적당히 해도 기본은 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통신이 두절된 고립된 곳, 바깥은 눈보라로 인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와 감염 후 끔찍하게 변하는 외모 등 최상의 공포, 스릴러 요소들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죠.

Syfy의 미드 헬릭스는 이 요소들을 전부 휴지통에 버리고 덤덤한 이야기만 주절거리고 있습니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될수도 있습니다. 그래봐야 고작 7화까지지만.

주인공이 CDC 요원이라고 해서 사무실에서 연구만 하라는 법이 있나요? 주인공은 활약이 없습니다. CDC 요원들을 통솔해야할 사람이지만 참으로 무능한 캐릭터입니다. 적극 협조해야할 북극 기지의 책임자가 알게모르게 방해하는걸 알면서도 맞서지 않습니다. 저같으면 찾아가서 담판을 짓겠는데 말이죠. 동료가 죽어나가는데도 결단력 따윈 없습니다.

북극 기지의 백여명의 거주자들은 이름도, 대사도 없고 대체 거기서 뭘하는 사람들이었는지조차도 안 나옵니다. 통신시설이 폭파되어 두절되어도 이들은 조용합니다. 정체 불명의 질병이 돌고 있는데도 조용합니다. 존재 자체가 제작진에 의해서 부인되는 수준입니다. CDC에서 잘못된 방법으로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해 비감염자들을 모두 한 층에 몰아넣고 차단했지만 이들의 얘기는 안 나옵니다. 격리되었지만 실제론 감염자와 비감염자가 섞인 상태입니다. 흥미진진하죠?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안 나옵니다. 이들이 집단 패닉에 빠진다면 재밌을 것 같은데요. 제한된 식량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주동자가 나타나고 갈등이 발생된다면 재밌을텐데요. 안 나옵니다. 비감염자로 분류된 쪽에서도 당연히 감염자가 있습니다. 근데 별 일 없습니다. 이럴거면 그냥 제대로 격리한 걸로 하지 왜 그랬을까요?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깃거리라고는 고작 정체 모를 음모를 갖고 있다는 것 뿐입니다. 계속해서 그런 암시만 줄 뿐 주변인물들의 행동의 이유는 밝혀지지 않습니다. 물론, 언젠간 밝혀지겠죠. 하지만 어느 정도 밝혀져야할 타이밍에도 거듭해서 목적을 알 수 없는 행동만 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주인공 남자와 동료 a가 있습니다. a는 주인공 남자의 전 부인이며 주인공 남자의 친동생인 b와 내연관계였습니다. 동생 b는 북극 기지에서 최초 감염자이자 아직까지 생존해서 주인공 남자가 돌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남자를 짝사랑하는 듯한 어린 동료 c가 있죠. c의 감정은 a도 알고 있습니다. 이들 4명의 관계 설정이 나쁘지 않죠? 이들의 갈등요소가 앞으로 크게 작용할 것 같죠? 안 나옵니다.

이 드라마는 해야할 이야기를 안 합니다. 그럼 무슨 얘기를 하냐구요? 글쎄요. 뭔가 음모가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이 사람한테 뭔가 알 수 없는 과거가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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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보실 분들은 넷플릭스에서 보세요. 다른 자막은 번역이 좋질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