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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른 블로그에 올렸던 것을 약간 수정하여 다시 업로드하는 글입니다.


검은 해적 블랙 세일즈 (Black Sails, 2016 시즌3 완)


Starz 채널에서 방영하는 블랙 세일즈는 해적들의 이야기입니다. starz 채널은 저한테는 좀 생소한 방송사였습니다. 블랙 세일즈라는 미드를 처음 알게 되면서 이 방송사의 존재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누군가 그러더군요. 스파르타쿠스를 제작한 방송사에서 새롭게 제작하는 미드라고. 스파르타쿠스를 아직 보진 못했습니다. 1시즌 1편 중간 쯤 보다가 그다지 빠져드는 뭔가가 없어서 관뒀어요. 미드 블랙 세일즈를 처음 소개받았을때도 별로 기대같은건 하지 않았죠. 과도한 폭력과 선정성으로 홍보하는 질 떨어지는 방송사의 그저 그런 시리즈라고 생각했었어요.


반성합니다. 이 놈의 편견..

결론부터 얘기하면 블랙 세일즈는 수많은 팬들을 양산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뛰어나고 재밌는 미드입니다.



앞서 얘기했던 편견 때문에 블랙 세일즈도 보지 않고 있다가 맘을 달리한 계기는 우연찮게 유투브에서 본 오프닝 테마였습니다. 예전에 왕좌의 게임 오프닝 테마가 상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진짠지 가짠지 무슨 상인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왕좌의 게임 오프닝 테마가 그렇게 훌륭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왕좌의 게임을 시청하면서 팬이 된 이후에야 테마곡이 좋아지긴 했지만요.

블랙 세일즈의 오프닝 테마는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밀랍 인형들을 역동적인 음악과 함께 보여주는데 정지된 그 화면 속에서 그 사투와 배신, 사랑 등이 격정적으로 휘몰아친다고나 할까요? 

어찌됬든 그렇게 감상을 시작했는데 이게 왠걸, 제가 생각했던 해적들의 이야기가 아니네요.



고전소설 보물섬의 프리퀼 격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없습니다. 원작 안봐도 됩니다. 저도 어렸을때 아동용으로 읽은게 전부입니다. 내용도 기억 안날 뿐더러 사실 그렇게 재밌게 읽었던 기억도 없습니다.

딱 하나, 기억에 남는게 있다면 해적들이 어울리지 않게도 투표로 선장을 뽑거나 몰아냈다는 사실이죠. 보물지도를 가진 주인공 소년의 편에 선 외다리 존 실버를 쫒아내려는 투표가 진행되는데 성경책을 일부 찢은 종이를 투표용지로 사용한 것을 두고 해적들이 불길하다고 지껄이던 것만 기억나요. 미드 블랙 세일즈를 보다가 어느 정도 돌아온 기억에 따르면 '주인공 소년이 외다리 요리사 존 실버의 박쥐 근성을 견제해가며 해적왕 플린트가 숨겨둔 막대한 보물을 찾는 것'이 고전 소설 보물섬의 스토리였습니다.

블랙 세일즈는 소설 보물섬의 주인공들과 실제 역사에서 악명을 떨쳤던 인물들을 한데 모아 해적 플린트 선장을 중심으로 막대한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근데 1시즌 초반부를 감상하다가 이게 뭔가 했어요. 해적들이 멋있지가 않아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부하들을 악랄하게 부리는 선장도, 멋드러진 선장 모자도 없습니다. 주인공 플린트 선장은 그의 악명과는 달리 선원들을 통제하지 못해 걱정하죠. 모든 사단의 원흉이 되는 존 실버는 기회주의 박쥐근성을 보이며 밉상 캐릭터로 시작하고요. 그나마 해적답게 나오는 인물이 있는데 앞으로 플린트 선장의 가장 큰 적이 될 거란 느낌을 풀폴 풍기는 찰스 베인입니다. 빨강머리 여해적 앤 보니도 보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어서 크게 몰입하기가 힘들겠군 싶었는데 맙소사...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이들은 점점 해적다운 면모를 보이기 시작하고 캐릭터들도 하나둘씩 주어진 자기자리를 찾아갑니다. 인물 간의 머리 싸움이나 숨겨둔 보물을 찾기 위한 다툼이 치밀하며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다음화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어요. 근래 감상한 미드 중 최고로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방송사의 시대극이어서 히스토리 채널의 바이킹즈 정도의 수준이겠거니 생각했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블랙 세일즈는 높은 연출력과 좋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로 등장인물들 하나하나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많은 팬들을 양산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캐릭터들에 있습니다. 주인공 플린트 선장은 에피소드가 제법 진행된 후에라야 그 매력을 드러냅니다.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그의 싸움을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어지죠. 

시작부터 매력을 드러내는 캐릭터는 바로 찰스 베인입니다. 플린트 선장의 가장 큰 적이 될 지, 가장 큰 조력자가 될 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엄청난 존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폴폴 풍기는 캐릭터죠.

세번째 시즌이 시작되었고 드디어 악명 높은 검은 수염이 등장합니다. 아직 세번째 시즌을 감상하진 못했지만 검은 수염 역의 레이 스티븐슨의 존재만으로도 엄청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들이 서로를 보조하면서 자신만의 싸움을 해나가고 있죠. 존 실버가 외다리가 되는 과정이나 별볼일 없는 창녀인 줄 알았는데 엄청난 수완을 지닌 모 캐릭터라던가 말이죠. 이름이 생각 안나요.



현재 세번째 시즌이 진행중이며 네번째 시즌도 무난히 시작될 걸로 보입니다.

블랙 세일즈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분이든, 아니면 그렇지 않은 분이든 상관없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남자들의 취향에 좀 더 가까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보다 보면 또 꼭 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어찌됐든 판단은 당신의 몫입니다. 



★★★★

참고로, 동성애 코드가 있습니다. 거부감을 줄 정도는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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