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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en Tell No Tales, 2017)


기억을 더듬어 봐야겠지만 캐리비안의 해적의 다섯번째 시리즈는 제 2017년 최악의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졸작을 보기 위해 기억 잘나는 걸작 1을 제외하고 기억 잘 안나는 2,3,4를 연달아 복습했다는 것이 허무하기 짝이 없네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숫자가 커질수록 질도 떨어집니다. 1편은 걸작이었고 2편은 속편치곤 나름 괜찮았으며 3편은 이야기를 그럭저럭 잘 마무리했죠. 4편은 심하게 삐그덕거렸습니다. 이번 5편은 시리즈의 종말을 고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망친 것은 스토리입니다. 엉망진창이에요. 구멍 숭숭 뚫린 시골 창호지 문 같아요. 온전한 구석이 없습니다. 개연성 따위는 없습니다. 스토리가 엉망인 것은 4도 마찬가지였는데 5편은 더 심해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이 사람을 저 배에 보내고 이 사람을 이렇게 사용하고 잔뜩 꼬아놨습니다. 제목이 캐리비안의 해적일 뿐 영화에서 해적다운 캐릭터는 하나도 없으며 해적 이야기도 없습니다. 단 하나도 없어요. 해적질하고 다니는 것이 보기가 안 좋아서 전설 신화 쪽 모험 이야기로 바꾼 것일까요? 모험을 할거면 제대로 하던가. 각본 진짜 똥입니다. 똥.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의 자녀가 아버지의 저주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는 기본 베이스는 괜찮아요. 플라잉 더치맨에는 선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던 3편의 설정은 개나 줘버리고 그게 또 무슨 저주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바다에서 죽은 영혼들을 저승으로 보내는 역할이 플라잉 더치맨의 역할인데 그 역할을 대신할 다른 방법을 찾아가는 이야기였으면 3편의 설정도 파괴하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저주라고 하니까 저주겠죠. 여기까진 그렇다 쳐요. 속편에는 또 그럴듯한 악당이 필요하니까 또 악당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어이쿠야. 이 악당도 잭 스패로우와 연관이 있네요. 그것도 잭 스패로우 때문에 저주에 걸려 유령이 되었고 유령배의 선장이 되었네요. 마의 삼각지대에 빠졌는데 대체 잭 스패로우의 나침반이 왜 유령들을 삼각지대에서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거죠? 대체 무슨 저주길래? 스포는 여기까지 하죠. 그놈의 전설전설. 뒤로 갈수록 개연성은 1도 없습니다. 최악의 각본입니다.


캐릭터들도 약해요. 일단 주인공 잭 스패로우. 잭 스패로우가 주인공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캐릭터도 약해졌고 겉다리로 전락합니다. 바르보사도 별 차이는 없어요. 윌 터너의 아들로 나오는 젊은 청년은 주인공이 될 것 같더니 하도 역할이 없어 그냥 투명인간 수준입니다. 천문학자로 나오는 여주인공은 미모 때문에 관객을 홀리긴 하는데 작위적인 캐릭터로 소모됩니다. 일말의 감정선을 더하기 위해 혈연관계로 묶죠. 영국 해군은 병풍 역할로 나오며 대머리 마녀가 나오는데 중요할 것처럼 나오다가 사라지는 그딴 역할을 위해서 머리를 실제로 깎은 거라면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스토리도 엉망이고 캐릭터도 약하고 해전의 볼거리도 없어지고 모험의 볼거리도 없습니다. 6편은 나오지 않을 거에요. 단, 그래도 속편을 만들거라면 차라리 잭 스패로우의 프리퀼이길 바랍니다. 조니 뎁은 늙었으니 다른 젊은 배우를 캐스팅해서요.

영화 중간에 잭 스패로우의 젊었던 시절이 나오는데 영화를 통틀어서 그나마 볼만했던 장면이었어요.




이번에도 큰 의미없는 쿠키 영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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