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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즈 오브 아나키 (Sons Of Anarchy, 2014 시즌7로 종영)
썬즈 오브 아나키는 FX네트워크의 방영작 중 시청률이나 비평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미드입니다. 관련 정보를 찾다보니 FX는 FOX 산하의 케이블 채널이라는군요. 케이블 방송사 참 많네요. 태그가 자꾸 늘어갑니다.
썬즈 오브 아나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당연하게도 헬보이 론 펄먼입니다. 바이커 갱단의 두목으로 나옵니다. 그외에도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보여요.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주인공을 보좌하던 사람도 보이고... 배트맨에게 응징당하는 부패경찰도 보이고... 개인적으로 가장 놀란 배우가 있는데 갱단의 빅마마 역할인 '젬마' 케이티 사갈입니다. 처음 보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목소리가 참 익숙하다 싶었는데 퓨처라마에서 외눈박이 여전사 릴라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더라고요. 그리고 아주아주 예전에 봤던 '못말리는 번디 가족'에서 머리를 산만하게 부풀린 모습도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녀는 이런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아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눈에 안들어오는 배우는 주인공 '잭스 텔러'인 찰리 허냄이에요. 그래도 미드라면 제법 많이 봤는데 영 낯선 배우라 의아했죠. 나중에 알고보니 영화 퍼시픽 림의 주인공... 을 조종하는 조종사...
썬즈 오브 아나키는 전체적으로 볼만한 미드입니다. 하지만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한 드라마라기보단 soap opera 즉, 막장 드라마같은 느낌이 제법 나요. 덱스터가 후반 시즌에 그리 되었던 것처럼요.
초반 시즌은 아버지의 노트를 발견한 주인공이 아버지의 뜻을 이으려는 의지를 보이며 이 드라마가 나아갈 방향을 예상하게 해주죠. 앞으로 이러한 연출 방식으로 계속 나아가겠다..하는 의지를 초반 에피소드들에서 보여주죠. 하지만 그건 잠깐 뿐이에요. 아버지의 뜻, 주인공의 의지의 표본 장치가 되는 아버지의 노트는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고 주인공의 의지도 흐지부지 해집니다. 드라마는 타 갱단과의 전쟁을 반, 막장스런 가족 이야기를 반 정도로 해서 연출합니다. 사실 갱단이 겪는 모든 일의 근원은 주인공 가족의 문제 때문입니다. 고난을 겪고 희생되기도 하는 같은 멤버들이 불쌍하죠. 주인공 잭스 텔러가 가장 많이 하는 대사 중 하나는 '미안해, 다시는 이런 일 없을거야'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그런 일은 계속되죠.
갱단 간의 사투에 좀 더 초점을 맞췄으면 어땠을까요. 경쟁 조직으로 나오는 마얀은 썬즈 오브 아나키와 과거 오랫동안 전쟁을 벌여왔던 거대 조직인데도 별로 역할이 없어요. 마얀을 이끄는 두목이 존재감이 제법 있는데 말이죠. 그외에 백인우월주의자 아리안 갱들도 있고 중국인 갱들도 있고 흑인 갱들도 있고 이 지역에 총기류를 공급하는 IRA 아이리쉬 갱들도 있습니다. 이들 갱단 간의 전쟁을 위주로 극이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론 갱단 간 전쟁은 그저 배경막에 불과하며 모든 감정의 흐름은 주인공과 주인공의 가족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동네경찰들이 제복을 입고 계속 등장하긴 하나 결국 진짜 경찰 노릇을 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는 것을 증거로 들 수 있죠. 이런 사실은 후반 시즌으로 갈수록 더 명확해집니다. 이 드라마의 수많은 등장인물들은 그저 주인공과 주인공의 가족을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들일 뿐입니다. 썬즈 오브 아나키의 멤버들이 서로 사랑한다며 거듭해서 닭살스런 대사를 날리긴 하지만 이들의 우정이 공감대를 얻을 기회는 없습니다. 주인공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에 안타까움만 있을 뿐이죠.
바이커 갱단의 모습 묘사도 조금 아쉬워요. 오토바이는 그저 이동수단일 뿐,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는 낭만은 없습니다. 이들이 오토바이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에 대한 묘사는 없습니다. 멤버 모두 같은 자켓을 입고 똑같은 헬멧을 쓰며 같은 기종의 오토바이를 탑니다. 왜! 해골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없는거죠! 썬즈 오브 아나키가 마을 주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나오면서 대사 외의 묘사는 따로 없습니다. 한 에피소드에서 단체로 헌혈하러 가는 장면이 있는데 왜 이런 장면을 좀 더 넣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어떤 바이커 갱들은 잔혹한 범죄의 피해아동들을 위해 보호, 호위 등의 일을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바로 그런 장면이 이 드라마에서 필요했어요. 시청자로 하여금 주인공들의 싸움을 응원하게 해줘야죠. 하지만 모터싸이클 클럽 썬즈 오브 아나키는 이 마을의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일 뿐입니다. 미드 소개에 보면 새로운 갱들로부터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바이커 갱단의 이야기라고 나옵니다. 의리, 사랑. 이 두 단어가 이들 남자를 표현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풋...
주인공과 주인공 클럽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좀 더 노력하고, 좀 더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주변인물들을 등장시켜 이들의 이야기에도 장면을 투자하고, 전체적으로 개개 인물들의 이야기와 클럽 차원의 이야기 등을 조화롭게 섞어 진행했더라면 이 미드는 좀 더 나은 미드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사진처럼 화끈한 장면은 안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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