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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A Taxi Driver, 2017)


관람이 좀 늦었네요. 다시 찾아온 무더위에 지쳐 심야영화로 택시운전사를 보고 왔습니다. 이미 천만관객을 넘은 영화죠. 한번 시원하게 울어볼까 했는데 눈물 머금는 정도에서 그쳤습니다.


영화 얘기만 할거에요. 그 개새끼가 악마새끼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요. 영화에서도 그 개새끼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좀 아쉬운 건 사실이에요. 당시 참상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았거든요.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는 장면이 없어요. 당시의 상황은 훨씬 더 참혹했던 것으로 알려져있죠. 실제 주인공 위르겐 힌츠페터는 베트남 종군기자였음에도 광주가 더 참혹했다고 말했거든요. 흐르는 눈물 때문에 촬영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요. 아쉽습니다.


힌츠페터와 택시기사 김사복 간의 우정 묘사도 무척 아쉽습니다. 김사복은 사우디에서 5년간 일을 해서 약간의 영어를 할 줄 안다고 설정되었으나 실제로 둘이 나누는 대화는 극히 드뭅니다. 그러니 무슨 우정이 생기겠어요. 참혹한 현장에서 함께 뒹굴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죠. 어차피 영화인거 조금만 더 영어를 잘하게 설정해서 더 대화를 나누었으면 어땠을까요. 발음을 엉성하게 만들면 되잖아요. 특히 기자 힌츠페터가 왜 그토록 위험한 곳에서 취재를 했는지, 그가 광주의 참상을 취재하는 동안 어떤 심정을 가졌는지 등을 알려줄 만한 장치가 전혀 없어요. 그는 그냥 영화적 도구로서만 사용됩니다. 기사 김사복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흐르지만 기자 힌츠페터 입장에서도 이야기가 전개되었어야 해요. 김사복이 서울로 혼자 출발한 이후에 힌츠페터가 겪어야 했던 일 같은 거 말이죠.


영화는 송강호라는 대배우에게 기대고 있어요. 각본이 그의 연기에 기대는 수준이죠. 심지어 유해진 캐릭터에도 기대요. 불필요한 카 체이스 씬까지 곁들여서요. 


절대 뛰어난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필요한 영화'임은 분명해요.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는 더 나와야해요. 잊지 말아야 하니까요. 잘못된 지도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요. 얼마전까지만해도 우리는 거듭해서 잘못된 지도자를 뽑아왔잖아요? 우리가 다시 끌어내리긴 했지만 진정으로 바뀌기 전까진 우린 언제고 다시 멍청한 짓을 반복하게 될겁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역사가 줄곧 그래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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