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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사건수첩 (The King's Case Note, 2016)


심야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선택권이 특별시민과 임금님의 사건수첩 둘 중 하나 밖에 없었어요. 둘 다 제 취향이 아니었거든요. 결국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선택했습니다. 선택이 옳았는지는 특별시민을 봐야 알 수 있겠죠.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심야 시간대라 관객이 저랑 동행인 둘 뿐이었거든요. 극장을 전세낸 것처럼 편하게 관람했죠.


비슷한 영화로 김명민이 나왔던 조선명탐정을 본 적이 있는데 1편이었을거에요.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그보다 약간 나은 수준입니다. 코미디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조선명탐정의 패착의 원인으로 꼽았었는데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다행이 집착까지는 아닙니다. 격식없이 행동하는 왕과 귀여운 사관의 조합에서 우러나는 웃음에 적당한 슬랩스틱을 더한 코미디로 나름 나쁘지 않았어요. 재치있는 유머를 바라는 건 무리겠지요.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임금님이 수사하는 '사건'이 없다는 것입니다. '미스테리'가 없어요. 퓨전 사극의 장점을 활용해 현대의 그것처럼 시신을 해부하고 과학수사를 하는 과정이 흥미롭지만 아주 잠깐 뿐입니다. 그것도 아주 쉽고 간편하죠. 관객의 흥미를 이끌어내야하는데 곧바로 답을 알려줘버려요. 

모든 것은 예측가능하게 흘러갑니다. 악당은 정해져있으며 어떤 반전도 없습니다. 초반주에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각종 도구, 장치들이 후반부에 활용될 것이 뻔하며 심지어 어떻게 활용될 것이라는 것마저 예측 가능해요. 스토리가 빈약합니다.


사관의 활용도가 적은 것도 아쉽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더니 실제로 써먹는건 딱 한번입니다. 도움되는 것도 딱 한번이고요. 이리저리 활약하는 왕을 따라다니며 '아이고, 대체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요.' 정도로 촐싹대는 역할 정도며 왕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에서 작은 감동이 우러나기는 하나 두 사람이 실제로 정을 나누는 장면은 전혀 없습니다.


액션씬도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런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전통은 전통으로만 머물러있어서는 절대로 문화가 될 수 없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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